“대학정보화 공동활용 플랫폼 구축해야”…대학 중심 IT거버넌스 체계 확립 필요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미래사회의 혁신은 경쟁이 아닌 협력에서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공유’와 ‘협력’은 고등교육에서도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됐다. 타인을 제쳐야만 경쟁력을 인정받던 수월성의 시대가 지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공유’와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초연결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IT를 바탕으로 사람과 데이터, 사물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새로운 가치와 혁신의 창출이 가능해지는 초연결사회에서 각 대학이 공동 활용 가능한 플랫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유와 협력을 통해 인간 창조성이 가장 뜨겁게 폭발했던 ‘제2의 축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제언한다.
(재)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는 16일 서울대 정보화본부에서 ‘미래 대응을 위한 대학정보화 발전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 주요 대학 정보전산담당 기관장들은 대학정보화 활동의 도입과 지원 등을 담당할 대학정보화 상설전담조직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 뜻을 같이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홍기 (재)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 이사장(서울대 정보화본부장)을 비롯해 이영호 한국대학정보화협의회 회장(가천대 디지털정보처장), 김규태 고려대 디지털정보처장, 지해성 홍익대 정보전산원장, 전용기 경상국립대 정보전산처장 등이 참석했다.
■ 대학 간 공유, 협력 패러다임 전환 속에 대학 공동활용 가능한 플랫폼 구축 시급 = 바야흐로 경쟁이 아닌 ‘공유’와 ‘협력’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정보화는 공유와 협력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혁신의 열쇳말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홍기 이사장은 “초연결사회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대학들에게 4차 대학혁명(University 4.0) 시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학 디지털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고 말했다.
이어 “대학 교육의 디지털 혁신은 각 대학들의 개별적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AI와 같은 IT 신기술 적용만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단일화된 틀 안에서 모든 대학들이 조직화된 상호작용과 진화를 도모하기 위한 대학 공동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은 “(재)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는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협의체로 대학 간 공유·협력으로 함께 성장해가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 IT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학 공유플랫폼 구축 및 확산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해성 홍익대 정보전산원장도 “공유가 고등교육 생태계의 열쇳말이 됐다”며 동조했다. 이어 “대학이 메타버스지향적인 사고방식을 해야 하는 시대에 정보화와 IT기술이 밑거름 역할을 하려면 초연결사회라는 거시적 담론들에 발맞춰 각 학교에서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관장들이 함께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유는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대학이 가진 좋은 데이터 자원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산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정책 변화와 외부 위협에도 사업 지속성 확보할 수 있는 전문기관 육성 선행돼야 = 사업의 지속성 확보 측면에서 고등교육의 현실을 반영한 독립적인 정보인프라 전문기관 육성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규태 고려대 디지털정보처장은 “최근 정부에서도 디지털 기반 혁신대학 모델 구축을 위해 ‘혁신공유대학’ 사업 등의 대대적 투자 및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유’에 있어 대학의 현실과 정부 정책의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정치적 상황 및 대내외 정책 변화에 관계없이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독립적인 민간기관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고등교육이 IT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지해성 원장은 영국의 정보시스템합동위원회(JISC : Joint Information Systems Committee), 네덜란드 SURF재단, 미국의 EDUCAUSE 등의 해외 국가 사례를 소개하며 해외 모델을 참조해 국내 현실에 맞는 대학 주도기반 혁신 가능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원장에 따르면 영국의 JISC는 정부부처 및 기관들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대학에 클라우드와 에듀테크 등의 새로운 교육환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의 SURF 재단도 연구 및 교육에 필요한 ICT 전반에 대한 기획과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한 반관반민 기관으로 정부부처로부터 사업보조금형태의 지원을 받는다.
지 원장은 “많은 나라에서 기존 정부 주도의 조직 체계로는 대학정보화와 관련해 급변하는 국내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효율적인 혁신을 지속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민·관·학이 함께 참여 가능한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고등 교육기관에서 정보화를 관리·운용하는 사람들이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이에 필요한 정책과 기술을 연구하며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대학정보화 촉진을 견인하는 공동체인 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외부 위협 속에 대학의 결집 차원이라는 점에서도 전문기관 육성은 의미를 가진다. 이영호 가천대 디지털정보처장(한국대학정보화협의회 회장)은 “등록금 동결이 13년째 이어지면서 지방대와 전문대들이 위기 대응에 더욱 힘든 상황”이라며 “많은 대학들이 작게나마 힘을 합쳐서 공동 대응하자는 차원이고 먼 미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올해 계획을 세워서 단계적으로 오늘의 모임이 해외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용기 경상국립대 정보전산처장도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어려운 시대에 자원의 최적화를 통해 다가올 4차 대학혁명 시대 개혁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 대학 내 재원, 전문인력, 인프라 등 자원 한 데 모아…자율적 혁신 주도할 때 = 대학 정보화 거버넌스 단일화로 지속가능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영호 처장은 지난해 권익위에서 발표한 유사 대학협의회 난립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대학정보화 거버넌스 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법률에 근거가 없는 임의협의체의 설립이 증가하고 있으며 학생 등록금으로 회비를 납부해 운영하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교육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영호 처장은 “연내 (사)한국대학정보화협의회와 (재)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 양 협의회 통합으로 대내외 대학정보화 위상 강화와 거버넌스 일원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메타버스와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나날이 고도화되는 IT기술의 홍수 속에서 모든 정보화 현안을 대응하기엔 개별 대학의 재원·인력·전문성 부족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이 참여하는 견고한 대학정보화 거버넌스를 토대로 흩어져 있는 대학 내 재원과 전문인력, 인프라 등의 자원을 모아 공동 활용 가능한 정보화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협업과 공유’의 시대를 맞아 닥쳐오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새로운 IT 거버넌스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IT업체가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해성 원장은 “IT업체에서 각 대학을 교수와 학생들 간의 단순 조직체로만 여기고 개별적인 입찰 계약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보다는 미래 정보화 시장이 발현되는 인프라 시점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정부 당국의 관심과 지원 호소 = 정부 당국의 지원과 관심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홍기 이사장은 “대학 중심의 IT거버넌스 체계는 작은 규모의 자금 지원을 통해서 활성화될 수 있는 지원체계”라며 “교육부와 과기부, 산자부까지 연결될 수 있는 체제고 이를 통해 학생 창업이나 인력양성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원받을 정당성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지금은 조직이 너무 작은 만큼 성장할 수 있게 정부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해성 원장도 “앞으로 정부에서 (재)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의 활동들에 대한 재정적 도움과 함께 기존의 제약을 완화해주는 조치들을 취해주면 좋겠다”며 “정부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민간활동체계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 409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http://news.unn.net)